출전 : 프레드릭 제임슨 :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윤난지 옮김, 눈 2000
페스티쉬가 페러디를 잠식하다
- 페스티쉬와 패러디는 모두 모방과 관련이 있으며, 더 나아가 다른 스타일, 특히 다른 스타일들의 매너리즘과 스타일상의 특색들을 흉내내고 조롱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더니즘 문학은 패러디를 위한 풍부한 토양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이름난 모더니즘 작가들은 모두가 매우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내었거나 사용한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윌러스 스티븐스의 특이한 추상 개념의 사용 방식, 마르틴 하이데거나 사르트르의 매너리즘, 말러나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적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이는 곧 납득이 갈 것이다. 이러한 모든 스타일들은 서로 아주 다르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즉 각각의 스타일은 아주 명백하여 일단 이숙해진 후에는 다른 어느 것과 혼동될 것 같지 않다.
- 패러디는 이러한 스타일상의 고유성을 이용하고 그들의 특이성과 기벽성을 이용함으로써 원본을 조롱하는 모방을 만드어낸다. 패러디의 일반적 효과는 호의에서건 악의에서건 이러한 스타일상의 매너리즘의 개별적 성질과 그들의 과도함과 기벽성을 사람들이 평소 말하거나 쓰는 방식과 비교하여 조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패러디의 이면에는 위대한 모더니스트들의 스타일들이 비교되어 조롱될 수 있는 어떤 언어적 기준이 존재한다는 전체가 깔려 있다.
- 패스티쉬는 패러디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혹은 독특한 스타일의 모방이며, 스타일상의 가면을 쓰는 것이며, 죽은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패스티쉬는 그러한 모방을 중성적으로 수행하여, 이 경우 패러디의 숨어 있는 동기나 풍자적 충동 혹은 웃음을 찾아볼 수 없으며, 심지어 모방의 대상을 희극적으로 만드는 어떤 기준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잠재적인 느낌마저 배제된다. 패스티쉬는 패러디의 관계는 일종의 공허한 아이러니의 현대적 사용과 웨인 부드가 말하는 18세기의 안정되고 희극적인 아이러니라고 부른 것과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모던, 포스트모던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0) | 2022.11.15 |
---|---|
새로움의 충격, 휴즈 「기계의 천국 」 (0) | 2022.1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