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 발터 멘야민: 『발터 멘야민 선집』, 제 2권, 최성만 옮김, 길 2007
진실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다. 허위는 그가 원하는 것이다.
- 예술작품은 원칙적으로 항상 복제가 가능했다. 사람들이 만든 것은 늘 사람들이 모방할 수 있었다.
- 그러한 모방은 예술 실기 연습을 하려는 제자들에 의해, 작품을 널리 보급하려는 장인들에 의해,
마지막으로는 이윤을 탐하는 제3자에 의해 수행되었다. 이에 비해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는 좀 새로운 현상이다.
기술적 복제라는 이 새로운 현상은 역사적으로 긴 간격을 두고, 그러나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면서 관철되었다.
목판이 등장함으로써 비로서 처음으로 그래픽이 기술적으로 복제 가능하게 되었다.
인쇄를 통해 문자의 복제가 가능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그래픽이 판화로 복제되어왔다. 인쇄를 통한 문자의 복제 가능성이 문학에 불러일으켰던 엄청난 변화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터이다. 그러나 세계사적인 척도에서 보면, 이러한 변화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세계사 전체에서 일어난 여러 변화들 중 하나의 특수한 경우데 지나지 않는다.
- 1900년 전후에 기술적 복제는 그것이 전승된 예술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만들고 예술작품의 영향력에 심대한 변화를 끼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의 작업방식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점유하게 될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
- 가장 완벽한 복제에서도 한가지만은 빠져있다. 그것은 예술작품의 여기와 지금으로서, 곧 예술작품이 있는
장소에서 그것이 갖는 일회적인 현존재이다. 그러나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바로 이 일회적인 현존재에서 그 작품이 존재하는 동안 처했던 역사가 이루어져 왔다.
- 이 역사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예술작품이 물질적 구조에서 겪어 온 변화들뿐만 아니라 그것이 편입된 소유관계의 변화도 포함된다. 물질적 구조에서 일어난 변화의 흔적은 화학적 또는 물리적 종류의 분석들을 통해서만
발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분석은 복제품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소유관계에서 일어난 변화의 흔적은 어떤 전통의 대상으로서, 이 전통을 추적하는 일은 원작이 있는 장소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 원작이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이 원작의 진품성이라는 개념의 내용을 이루며, 이 진품성이 바로 그 대상이 오늘날까지 그것 자체이자 다른 어떤 것일 수 없는 정체성을 면면히 전해준 어떤 전통에 대한 관념이 기반을 둔다. 진품성의 영역 전체는 기술 복제의 가능성에서 벗어나 있고, 물론 기술적 복제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복제의 가능성에서도 벗어나 있다.
- 그러나 진품은 손으로 이루어진 복제에 대해서는 이것을 위조품으로 낙인찍음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완전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기술적 복제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 첫째, 기술적 복제는 원작에 대해서 수공적 복제보다 더 큰 독자성을 지닌다. 예컨대 기술적 복제는 사진에서는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렌즈로는 포착되지만 인간의 육안에는 미치지 못하는 원작의 모습들을 강조해서 보여줄 수도 있고, 또 확대나 고속촬영술과 같은 기계적 조작의 도움을 받아 자연적 시각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이미지들을 포착할 수 있다.
- 둘쨰, 기술적 복제는 원작이 도달할 수 없는 상황에 원작의 모사를 가져다놓을 수 있다. 기술적 복제는 원작으로 하여금 사진이나 음반의 형태로 수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해준다. 사원은 제자리를 떠나 예술 애호가의 작업실에서 수용되고, 음악당이나 노천에서 연주된 합창곡은 방 안에서 들을 수 있게 된다.
- 사물의 역사적인 증언가치는 사물의 물질적 지속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복제의 경우 물질적 지속성이 사람의 손을 떠나게 되면 사물의 역사적 증언 가치 또한 흔들리게 된다. 물론 이때 이 증언가치만 흔들릴 뿐이다. 그러나 이로써 흔들리게되는 것은 사물의 권위, 사물의 전통적 무게 이다.
- 우리는 이러한 특징들을 아우라(Aura, 독특한 분위기)라는 개념 속에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 즉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의 시대에서 위축되고 있는 것은 예술작품의 아우라이다. 이러한 과정 자체는 징후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지니는 의미는 예술의 영역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일반화해 말하자면, 복제기술은 복제된 것을 전통의 영역에서 떼낸다. 복제기술은 복제를 대량화함으로써 복제 대상이 일회적으로 나타나는 대신 대량으로 나타나게 한다. 또한 복제 기술은 수용자로 하여금 그때그때의 개별적 상황 속에서 복제품을 쉽게 접하게 함으로써 그 복제품을 현재화 한다. 즉 복제품의 대량생산과 복제품의 현재화는 전통을 엄청나게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 이러한 전통의 동요는 현재의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와 변혁의 이면이기도 하다.
- 비교적 큰 규모의 역사적 시공간 내부에서 인간 집단들의 전 존재 방식과 더불어 그들의 지각의 종류와 방식도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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